스포츠 하면 나이키, 휴대폰 하면 애플, 명품 가방하면 에르메스가 떠오르는 것은 이 브랜드들이 가진 선명한 이미지와 스토리 때문이다. 나이키는 열정과 도전, 애플은 혁신, 에르메스는 품격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왔고 선명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브랜딩을 위한 스토리가 담고 있어야 할 요소인 고객이 주인공, 심플한 메시지, 고객의 변화에 대해서 정리해 보았다.
고객이 주인공
스토리의 주인공은 브랜드가 아니라 고객이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각자 인생에서 주인공이다. 그리고 모든 사랑받는 스토리는 주인공이 성공을 향해 가는 이야기이다. 성공한 브랜드는 고객을 주인공으로 자신을 조력자로 설정한다. 나이키 광고에는 원단이 얼마나 좋은지, 신발 기능이 얼마나 우수한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저 나이키 신발을 신고 운동하는 주인공이 나올 뿐이다. 애플도 마찬가지이다. 애플 기기를 이용하는 주인공이 뛰어난 창조성과 예술성을 선보이는 장면만 나온다. 램이 몇 기가인지, 그래픽카드를 뭘 썼는지, 카메라는 어떤 회사의 제품을 썼는지 안 나온다. 나오더라도 그 성능이 주인공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브랜드가 주인공 역할을 하려 하는 순간 고객은 떠난다.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열정적으로 운동하는 또 다른 주인공이 될 수는 있지만, 누군지도 모를 사람의 발에 신겨놓은 운동화는 주인공이 될 수 없다. 브랜드 스토리는 철저히 고객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겪은 사례가 이 교훈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스티브 잡스를 천재로만 기억하지만 사실 그는 실적 부진으로 애플에서 쫓겨난 적이 있다. 쫓겨나기 직전에 그는 리사라는 컴퓨터를 출시했다. 그리고 리사를 홍보하기 위해 뉴욕타임스에 광고를 냈다. 그런데 그 광고는 사용법, 성능, 우수성 등 엔지니어가 아니라면 관심도 없을 내용으로 꽉 차있었다. 결국 애플에서 밀려난 이후 잡스는 1986년 1000만 달러에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인수한다. 이 스튜디오가 바로 후에 토이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인사이드 아웃을 만들 픽사였다. 전 세계에서 스토리를 가장 잘 만드는 집단과 함께 하던 잡스는 스토리가 전부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에 애플로 돌아온 그가 처음 내놓은 광고에는 단 세 가지만 등장한다. 혁신적인 인물, 애플 로고, 그리고 Think different라는 두 단어. 컴퓨터는 등장하지도 않는다. 이후 애플 제품 광고는 항상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애플은 대한민국 GDP 2배에 달하는 시가 총액을 가진 전 세계 1위 기업이 되었다.
심플한 메시지
광고하면 떠오르는 가장 유명한 문장은 이 문장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Just Do It! 이 한마디로 나이키는 전 세계 최고의 스포츠 회사가 되었다. 나이키는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간결한 한마디로 고객들에게 도전과 열정이라는 메시지를 심었다. 이렇듯 브랜드 스토리는 심플해야 한다. 심플한 메시지를 만들려면 단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 스토리의 주인공은 고객이고 브랜드는 조력자이다. 그런데 주인공이 문제가 많다고 해서 조력자가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려고 하면 브랜드 스토리가 복잡해진다. 여러 문제를 한 번에 다루면 브랜드 스토리가 매력을 잃는다. 고객이 가진 수십 가지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한 가지에 집중해야 기억에 남는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책에선 이렇게 말한다. 수많은 열망을 충족시켜 주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진 경우에는 갖고 있는 장점을 더 많이 알리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다양성을 가진 브랜드는 아마추어 시나리오 작가가 굴복하는 것과 똑같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너무 많은 포부를 가지고 주인공의 열망을 희석시켜 스토리를 어수선하게 만드는 것 말이다. 전체 브랜드를 위한 스크립트를 쓸 때는 하나의 단순한 열망에 집중해야 한다. 잘되는 식당을 보면 가장 특출 난 한 가지 메뉴에 집중한다. 밑반찬도 맛있고 분위기도 좋고 국밥도 맛있는데, 수육도 맛있는 식당이라고 광고하는 맛집은 없다. 60년 전통 국밥집이라고 광고한다. 가장 특출 난 장점 하나, 고객이 가장 원하는 한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고객의 변화
인간이 가진 욕구 중 가장 강력한 욕구는 자아실현 욕구이다. 누구나 더 나은 변화를 원한다. 모든 브랜드는 누구나 고객의 변신에 참여하고 있다. 이게 바로 고객이 원하는 일이다. 고객의 자아정체성 변신에 이바지하는 브랜드는 열성적인 브랜드 추종자를 만들어낸다. 만약 어떤 브랜드가 고객을 더 좋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 고객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이 옷을 입으면 운동을 즐기는 멋진 사람처럼 보이겠지 라는 생각에 나이키를 산다. 이 컴퓨터를 쓰면 더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되겠지 라는 생각에 맥북을 산다. 성공하는 브랜드는 제품만 팔지 않는다. 정체성을 판다. 잘되는 헬스장은 기구가 얼마나 좋은지, 할인을 얼마나 하는지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 헬스장 회원들은 몸이 좋고 매력적인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을 판다. 잘되는 학원들은 영어를 이렇게 저렇게 가르칩니다 를 팔지 않는다. 우리 학원생은 성적이 몇 퍼센트 향상되고, 원하는 대학교 학생이 됩니다 라는 정체성을 판다. 성공적인 브랜드는 이렇듯 고객이 가진 변신 욕구를 채워주는 브랜드이다. 저자인 월드 밀러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의 브랜드는 고객의 삶에서 어떤 부분을 해결해 주는가? 그게 해결되면 어떤 모습이 되는가? 기본적 대답에 충실하라. 기본적 대답이야 말로 정말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명확히 답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곧 무기가 되는 스토리가 된다. 내 브랜드가 좋은 브랜드 스토리를 갖췄는지 궁금하다면 다음 두 가지 질문을 자문해 봐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을 단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는가? 이 문장이 고객의 변화를 약속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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