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가 쓴 대표적인 소설 데미안은 작가만큼 유명한 책이다. 이해하기에 난이도가 높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내용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읽다 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와 표현들 때문에 너무 좋아하는 책이다. 책이 어렵다는 얘기 때문에 망설이면 안 되는 책이다. 책 데미안에 대해 악당 크로머, 데미안, 아브락사스를 소제목으로 한 티저 글을 써보려고 한다.
악당 크로머
책 제목은 데미안이지만 진짜 주인공은 싱클레어이다. 에밀 싱클레어라는 한 남자가 자신의 유년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에밀 싱클레어는 부유하고 엄숙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고, 누나가 두 명 있었다. 싱클레어는 자신의 집안 분위기를 말 그대로 선의 세계라고 표현한다. 싱클레어의 나이가 한 열 살쯤 되니까 그전에는 들리지 않던 이상한 소리가 집 한 구석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어쩔 때는 부엌 쪽에서, 어쩔 때는 작업장에서 소리가 났는데, 그것은 선의 세계에서는 들을 수 없는 가슴 철렁이는 소리였다. 서서히 귀에 들려오는 이 소리를 악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싱클레어의 집은 선과 악이 맞닿아 있는, 공존하는, 섞여 있는 모습으로 시작되는데 이건 이 소설에서 정말 중요한 메시지이다. 싱클레어는 라틴어 학교에 들어간다. 지금으로 치면 귀족 사립학교라고 하면 비슷할 것이다. 방과 후에는 옆에 있는 공립학교 아이들과 어울려 다녔고, 그 모임에는 일진이 있었다. 프란츠 크로머라는 이름의 아이였다. 크로머는 나이가 좀 더 많았고, 어른의 걸음걸이와 말투를 흉내 내는, 질이 좀 안 좋은 아이였다. 그 무리에서 한참 서로의 무용담을 얘기하는데 싱클레어도 센 척을 하고 싶었다. 부잣집 아이라고 샌님 취급을 당하던 그는 과수원 집의 사과를 본인이 훔쳤다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렇게 아이들의 주목을 받게 되자 크로머는 싱클레어에게 다가와서 이렇게 묻는다. 하나님한테 맹세할 수 있어? 이 말에도 끝까지 거짓말을 한 싱클레어는 걱정스럽게 집으로 돌아오는데 크로머가 따라오더니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과수원 주인이 과일을 훔친 범인을 말해주면 2마르크를 주기로 했다던데. 나는 가난하니까 돈을 벌 기회가 있다면 벌어야지."
데미안
싱클레어는 크로머에게 애원하지만 크로머는 2마르크를 가져오라고 협박한다. 결국 싱클레어는 자신의 거짓말을 덮기 위해서 또 다른 잘못을 하게 된다. 엄마 방에 몰래 들어가 저금통을 훔쳐서 그 안에 들어있던 1마르크도 채 안 되는 돈을 가져갔다. 그러나 크로머는 나머지 돈도 요구한다. 크로머는 밤마다 집 근처로 와서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빈 손으로 나가는 날에는 한쪽 발로 10분간 뛰게 하는 벌을 주거나, 심부름을 시키기도 했다. 크로머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이다. 싱클레어는 구토까지 할 정도로 고통받기 시작했고, 본인을 유령처럼 산다고 표현한다. 이렇게 지옥 같던 날들이 계속되던 어느 날, 운명처럼 그가 나타난다. 키도 크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어른 같은 친구 데미안이 전학을 온 것이다. 데미안은 어머니와 둘이 살고 있었고,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의 아우라가 있는 아이였다. 학교의 일진들이 데미안한테는 꼼짝 못 할 정도로 힘도 셌다. 데미안과 싱클레어가 같이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그 수업의 주제는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였다. 카인은 성서에서 아담과 이브의 큰 아들이자, 인류 최초의 살인을 저지른 자이다. 수업 후에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다가와서 황당한 이야기를 한다. 카인이 비범하고 대단한 인물이라서 처벌할 수 없었던 것이라는 데미안의 이야기를 듣고, 싱클레어는 크게 혼란스러워한다.
아브락사스
그러던 어느 날 또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싱클레어는 돈이 없어서 케이크 몇 조각을 가지고 나갔다. 그러자 크로머는 싱클레어의 누나를 잠깐 데려오라고 요구한다. 그러자 충격에 빠진 싱클레어의 귀에 산뜻하고 낮은 음성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데미안이었다. 데미안의 집요한 물음에 싱클레어는 결국 자신의 수치스러운 상황을 털어놓게 된다. 미소를 지으며 돌아간 데미안, 그 후 싱클레어는 더 이상 그 공포의 휘파람을 듣지 않게 된다. 평화로운 날들을 보내던 싱클레어는 어느 날 크로머를 마주치게 되는데 크로머는 황급히 싱클레어를 피했다. 이상한 상황에 데미안을 찾아가 물어보는데 데미안은 웃으며, 그에게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고만 대답했다. 그러나 싱클레어는 자신의 치부를 알고 있고, 그의 비판적인 생각이 부담되어 데미안을 멀리 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싱클레어는 상급 학교로 진학을 하게 된다. 질 나쁜 친구들과 방탕한 생활을 하던 싱클레어는 사춘기가 되었고 첫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랑에 빠진 싱클레어는 방탕한 생활을 접고 달라지기 시작했다. 첫사랑의 얼굴을 그리고, 다 그린 그림을 보던 싱클레어는 기이한 인상을 받았다. 그 얼굴이 잊고 있었던 데미안과 닮아있었다. 어느 날 싱클레어는 꿈을 꾸는데 진흙구덩이에 빠진 어떤 새가 날개를 퍼덕이고 있었다. 싱클레어는 이 꿈이 너무 생생하고 이상해서 고민을 하다가 꿈에서 본 장면을 그려서 데미안에게 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데미안이 지금 어디에 사는지 몰랐기 때문에 별다른 기대 없이 자신의 이름도 쓰지 않고 그냥 데미안의 옛 주소로 보내는데, 신비스러운 답장을 받게 된다. 그리고 답장에 적혀 있는 아브락사스라는 이름은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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