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것을 이뤄주는 16초의 비밀"이라는 제목을 본다면 클릭을 해볼 것인가, 아니면 그냥 넘어갈 것인가? 나는 클릭을 했다. 가볍게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고,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결제를 했다. 이렇게 나는 누군가에게 낚였다. 그렇지만 그걸 당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연한 만남이라고 생각했다.
우연한 만남
출퇴근하면서 그 시간 동안에 뭘 할지 한동안 고민이었다. 고민 끝에 유튜브로 책을 읽어주는 콘텐츠를 듣기 시작했다. 눈과 귀를 다 사용해서 집중해야 하는 부담 없이 귀만 열어 놓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가 있어서 좋다. 알고리즘 덕분에 몇 개의 좋은 채널을 알게 되었는데 그중에 하나를 주로 듣는다. 자신의 생각을 거의 덧붙이지 않고, 좋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책만 읽어준다는 점이 그 채널을 선택한 이유이다. 가끔 귀를 통과해서 머리에 꽂히는 내용을 만날 때가 있다. 이렇게 알게 된 책들 중에서 최근에 구매한 책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책이다. 린 그라본이라는 작가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지만 그가 하는 얘기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에 들었다. 어쩌다 우리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작가가 하는 이야기는 맞다, 틀리다는 판단 이전에 나한테는 위안이 되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스스로 느끼는 위안이었다. 조용히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면 항상 마지막에 만나게 되는 것이 있다. 요즘에 더욱 자주 만나게 되는데 이 생각의 이름은 자책이라고 한다. 열심히 한 게 맞는지, 잘 해온 건지 아니면 뭔가 틀린 건지 스스로 묻게 되고, 그 물음에 자책만 반복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사실 스스로를 탓하고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했었다. 보물을 사냥하기 시작한 건 오래되었다. 내 경제적 자유와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꼭 찾아야만 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손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자책을 만나게 된 것이다. 왜냐하면 반성을 해야만 했으니까.
느낌이 열쇠다
이 책의 시작은 이렇다. 우리가 더 많은 행복을 추구하며 수많은 자기 계발 서적을 읽지만, 왜 계속해서 새로운 책을 사고 있는지 질문한다. 그리고 간단하게 답해준다. 대다수가 꿈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인생을 거꾸로 배웠기 때문이라고.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고 애를 쓰고, 일하고 또 일한다. 힘들어도 참고, 땀 흘리고, 고생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찾고 반성한다. 어느 누구도 이게 옳은 건지 묻지 않는다. 왜 그러냐면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배워왔으니까, 그것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믿음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절대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먼저 원래의 내가 가진 자연스러운 상태의 감정, 즉 즐거움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한다. 우리가 좋은 기분을 최대한 자주 느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것을 끌어당기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 공간에 여러 소리굽쇠가 있어도 같은 진동의 소리굽쇠끼리만 반응하는 것처럼 우리가 내보내는 주파수 역시 그와 같은 주파수만을 끌어당긴다는 것이다. 현대의 우리는 사회의 시선과 통념에 따라서 우리의 목적과는 먼 낮은 주파수에서 살게 되었다. 그래서 작가는 이제 선택을 제안한다. 사회적인 내가 내보내는 저주파를 유지할 것인지, 태초의 내가 내보내는 고주파를 선택할 것인지. 높은 진동의 행복감에서 살 것인지, 낮은 진동의 의무감으로 살 것인지. 그리고 높은 진동을 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도 알려준다. 쉽게 말하면 내가 무언가를 생각할 때 신바람이 나지 않는다면 부정적인 감정을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부정적인 감정 상태에 있는 한 절대 좋은 감정은 만들어질 수 없다. 나의 생각에서 오는 느낌, 그 느낌이 열쇠다. 내가 거의 유일하게 해야 하는 노력은 그 느낌을 오래 유지하기 위한 노력뿐이다.
응원
작가의 이야기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애쓰는 이유는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원하는 삶을 얻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그래서 한때 사람들이 시크릿이라는 책에 그렇게 열광했는지도 모른다. 상상하면 이루어진다 라는 말이 시크릿에 따라붙어있던 핵심 문구였으니까. 그렇게 열심히 원하는 것을 상상했던 사람들은 지금 원하는 것을 다 이루었을까? 몇몇은 이루었겠지만 대다수는 실패했다. 그렇게 알려져 있다. 그럼 시크릿은 틀린 것인가? 글쎄다. 어떤 정보가 100명에게 전해진다고 100명이 모두 똑같이 알아듣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시크릿은 맞다와 틀리다 사이에 놓여있다. 다만 양자, 뇌과학, 심리학, 그리고 끌어당김의 법칙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해하고 설명하려는 연구는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뇌과학 분야에서도 지난 100년의 연구보다 최근 10년의 연구에서 더 많은 사실이 밝혀지고 있어서 내가 배웠던 교과서의 내용도 달라진 부분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사람이 만들어내는 진동이나 주파수에 대해 더 많이 밝혀지고 이해하게 된다면 끌어당김의 법칙이 옳은지, 그른지 가려지게 될 수도 있다.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난 끌어당김의 법칙은 오래전에 읽었던 시크릿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다. 예전에 시크릿을 처음 읽고 약간 종교적인 느낌을 받았다면 이 책은 응원을 받는 느낌이다. 너는 지금 잘하고 있어! 그렇지만 너 스스로를 돌보면서 즐거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목표, 성과라는 단어가 주는 무거움에서 벗어나서 꿈과 즐거움이라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가벼운 그리고 기분 좋은 느낌을 얻을 수 있어서 괜찮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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